러브 레터

2008/09/09 01:53 드라마/영화
그 유명한 영화 <러브 레터>를 인제야 제대로 봤다. 정확하게는 두 번째 보는 것이지만.

처음 본 것은 고등학생 때였다. 2학년이었던가 3학년이었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어쨌든 파릇파릇한 고딩이었을 때. 그때 당시의 내가 다녔던 학교는 꽤 엄격하게 돌아갔기 때문에 야간자율학습은 기본에다가 주말에도 학교에 나오는 것은 필수요 명절에도 학교에 나오는 것이 옵션이었던 곳이었다. 특히 고3은 더 심해서 방학은 꿈도 못 꾸던 곳이었다.

이런 곳에서 영화를 보려고 극장에 가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었다. '아주'가 아닌 '꽤'라고 한 것은 이 정도의 난이도는 가뿐히 극복하는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난 그때 당시 꽤나 '착했고' 영화 보러 극장가는 게 꽤 귀찮았기에 영화와 담을 쌓은 학창시절을 보냈다. 뭐, 사실 저때만 하더라도 영화는 거의 관심도 없었다. 그나마 보는게 주말의 명화 이런 거였으니깐. 주말의 명화도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걸리면 보는 그런 식이었다.

영화에 전혀 관심도 없던 그리고 영화 보러 가는 것은 꿈도 못 꾸던 고딩의 교실에 일대 광풍이 몰아닥친 적이 여러 번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러브 레터>가 개봉했을 때였다. 자세히 기억은 안 나지만 그때 당시 아주 흥행을 했었고 일본 영화였다는 점까지 작용하여 공부에 매진 (이나 했을까?)하던 아이들의 주된 대화 소재가 되었다.

소재는 되었지만 못 본 놈들이 태반이라 이야기의 진척은 거의 나아가질 못했다. 기껏 하는 소리가 '슬프대', '여자 주인공이 초절정 꽃미녀래', '어흑, 보고 싶다 ;ㅁ;' 이 정도? 이야기의 끝은 항상 '보고 싶다'로 귀결되었고 못 본다는 슬픈 사실 때문에 아이들은 좌절하기 일쑤였다.

그때 용자가 나타났으니 바로 시디를 주로 굽는 친구. 그때 당시는 cd-r이 보급되기 시작하던 시기라 한 반에 cd-r을 가진 친구들이 별로 없었다. 가진 것은 둘째치고 cd-r에 넣을 내용물을 구하는 루트를 가지고 있는 애들은 더욱  더 드물었고. 다행히 우리 반에 cd-r과 루트까지 가지고 있던 용자가 있었고 그 녀석이 <러브 레터> 비디오 시디를 구워서 학교에 가지고 왔다.

그리고 이걸 점심시간에 수십 명의 아이들이랑 교실에서 컴퓨터와 연결된 큰 TV로 같이 보았다.

여자 주인공이 나올 때마다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탄식, 감탄사, 신음 (...)의 불협화음과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잡담 속에 영화가 제대로 눈에 들어올 리가 없었고 이번에 <러브 레터>를 보기 전까지 내 기억 속에 있던 <러브 레터>의 이미지는 편지, 눈뿐이었다. 아마 이때부터였는지도 모른다. 내가 남자랑 영화 보러 가는 것을 끔찍이 싫어하기 시작했던 때가.

아, 사설이 꽤 길었는데 어쨌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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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서론에 비해 영화에 대해 쓸 말은 별로 없다. 무수하게 많은 이 영화에 대한 칭찬글이 왠지 주눅들게 만든다. 히히... :p 다만, '찾는 것'과 '연결하다'의 차이를 이렇게 아름답게 표현한 이와이 슌지 감독에게 박수를. 짝짝짝.

덧글. 후지이 이츠키와 와타나베 히로코 둘 다 나까야마 미호가 연기한 것이구나. 영화 보면서 닮았단 생각은 했지만 동일 인물일 줄이야. 영화를 보면서 왜 두 여자의 머리 스타일이 똑같은지 의문을 가지긴 했지만... -0-; 이제 내 눈도 못 믿겠네. -0-;

덧글 2. 가까이 있지만 절대 가까워질 수 없는 마주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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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09 01:53 2008/09/09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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