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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살 :: 2006/12/12 15:14

어제 대학원 면접을 보았다. 나이가 점점 들면서 면접이나 공적인 장소에서 긴장을 덜하게 되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어제 면접에서는 굉장히 많이 떨었다. 결국 처음 나의  연구주제와 앞으로의 계획을 말하는 시간에 실수를 하고 말도 굉장히 짧게 하고 말았다. 이미 지나간 일이지만.. 후후

면접에서 기억에 남는 질문이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학교를 졸업하고 취직을 할 생각이 없었냐는 것과 다른 하나는 현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했는데 무슨 아르바이트인지 묻는 질문이었다.

전자는 그럭저럭 대답을 했지만 후자에서는 깜빡하고 나도 모르게 입을 가리고 웃어버렸다. 이건 면접에서 자살행위와 다름이 없지만 그 순간엔 나도 모르게 그렇게 했다. 웃은 다음 당황한 나머지 약간 더듬거리며 '과외'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가 그 자리에서 웃은 것은 불현듯 지난 1년 간의 나의 생활이 주마등처럼 떠올라서였다. 그 생활들과 내가 생각하고 이룬 것들중에서 남들 앞에서 자랑스럽게 내세울게 없다는 생각이 들자 문득 나 자신에게 웃음이 나온 것이다.

지난 1년 동안 Python을 공부했고 이 언어를 나의 주력 언어로 삼기로 했다. C도 함께 배우면서 Python과 C는 궁합이 잘 맞는 언어이니 서로 익혀두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학부때 열심히 했던 Java는 곁다리로 배우는 언어가 되기에는 그 규모가 너무 커져버려서 포기를 했다.

매일같이 변하는 IT 소식을 접하기 위해 여러개의 외국 신문과 수십개의 블로그를 RSS로 등록해서 매일같이 보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아리송하고 사람 뒤통수를 치는게 IT 시장인 것 같다.

1년 동안 GAMT 점수 받고 텝스 점수 받고 비록 얼렁뚱땅 친거지만 토익 점수도 받았다.

평소에 생각해왔던 봉사활동을 하고자 복지관에 가서 봉사활동도 했다. 홈페이지 수정부터 시작해서 공부방까지 여러가지를 해보았다. 많은 것을 느꼈고 앞으로도 느낀 것을 간직할 것이다.

오픈소스쪽에도 참여하고 외국 개발자들과 IRC에서 얘기도 해보고 토론도 해봤다. 지식이 부족한 내가 번번히 토론에서 밀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뭔가 시야가 탁 트이는 것 같았다.

책을 탐독했다. 장르와 주제를 가리지 않고 소설부터 시작해 심리학, 철학, 논리학 등등 내가 읽기 싫어했었던 부류의 책들까지 미친듯이 읽었다. 오히려 컴퓨터 관련 서적들과 경영 서적들을 멀리해가면서까지 이런 책들을 읽었다. 대학원에 가게 된다면 더 이상 저런 책들을 읽지 못할 것 같아서.

세미나에 참여도 해보고 세미나에서 발표도 해보고 세미나에서 만난 사람들과 식사도 하면서 많은 것을 교류했다. 아직도 연락이 되는 사람들도 있고 끊긴 사람들도 있다. 그래도 그 만남들은 소중하게 생각한다.

부산에 1년 동안 있으면서 사람에 대해서 생각했고 또 깨달았고 사람에 대해서 시행착오도 겪었다. 지난 24년 동안 살아오면서 내가 사람에게 대했던 태도에 생각도 해보았다. 내가 고쳐야 할 점들, 내가 지켜나가야 할 것들, 내가 추구해야 할 것들을 결정했다.

아르바이트들도 해보고 돈의 소중함도 깨달았고 돈의 무서움도 알았다. (대학원 학비만 생각하면 한숨나온다.-0-)

의도된 실패도 해보았고 뜻하지 않은 실패도 겪어보았다. 실패를 통해 배우기도 했고 아직도 실패의 원인을 몰라서 끙끙대기도 한다. 실패때문에 울기도 했고 한탄도 하고 실패를 바탕으로 나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을 지난 1년동안, 내가 25살때 한 것들이다. 이런 것을 저 앞에서 교수님께서 하신 질문에 대답으로 내세우기에는 너무 길었고 내세울 것도 없었다. 어떻게 말을 해야할지를 몰라 나도 모르게 그냥 웃어버렸다.

난 지난 1년을 절대로 후회하지 않는다. 내 성격상 저것을 다른 무언가에 열중을 하면서 해나가기란 힘들다. 머리의 나사를 뺀채 흘러들어오는 지식과 감정과 생각을들 그대로 받아들이고 빠져나가버리는 것들을 붙잡지 않으면서 살아오지 않았다면 저렇게 생활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내가 지난 24년 동안 겪지 못했던 것을 지난 1년 동안 겪었고 이 기억은 내게 소중하다.

살아오면서 내가 만든 문장에 치인 적도 있었고 문장을 지워버린 적도 있었고 마침표를 찍은 문장들도 있었다. 하지만 올해만큼 이렇게 많은 말을 만들어본 적은 없었다. 그만큼 후회도 없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26살이 된다. 이젠 머리에 나사를 고정시키고 내가 만든 문장들에 마침표를 찍고 내년에 만들 글들을 생각해야 한다. 올해 아쉬운게 있다면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하지 못했다는 것. 내년에는 글들이 이어지는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보고 싶다. 짧은 이야기.

...그 전에 일단 병원부터...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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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라이 | 2006/12/12 22:43 | PERMALINK | EDIT/DEL | REPLY

    무척 바쁘게 사셨군요-
    갑자기 내가 막 한심해진다는 - _-=33

    그런데,
    병원은 왜 가세요?

  • 라냔 | 2006/12/14 01:06 | PERMALINK | EDIT/DEL | REPLY

    나는 이제 24살 되는데..
    되돌아보면 뭔가 이뤄 논건 하나두 없구..
    막막..

    무엇을 위해서..
    무엇을 향해서..
    공부를 계속하는 걸까...

    요즘 한참 고민중 ㅎㅎ

    • 시렌 | 2006/12/15 22:35 | PERMALINK | EDIT/DEL

      나도 이룬건 없다. ~(~_~)~

      그런 고민은 빨리하면 할수록, 빨리 끝낼수록 좋지. 잘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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